기억에 남는 독서법, 뇌과학은 이렇게 읽으라고 말합니다

책을 읽고도 금세 잊어버린 적 있으신가요? 많은 사람들이 독서 후 내용을 기억하지 못해 ‘나는 기억력이 나쁜가?’라고 착각하곤 합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기억이 안 나는 것’이 아니라 기억이 애초에 형성되지 않은 것입니다. 뇌과학자들은 기억을 저장하려면 인지와 집중, 그리고 적절한 재활용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기억에 오래 남는 독서법과, 일상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독서 전략을 소개합니다.

🧠 “왜 읽어도 기억이 안 날까?” — 기억이 만들어지는 첫 조건

많은 사람들이 “책을 분명히 읽었는데, 도무지 기억이 안 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는 기억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형성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 문제를 뇌과학적으로 해석한 대표 학자가 바로 **하버드 출신 신경과학자 리사 제노바(Lisa Genova)**입니다. 그녀는 『Still Alice(스틸 앨리스)』의 저자이자 기억과 치매 분야의 전문가로, “기억은 인지(perception)와 집중(attention)이라는 두 가지 조건이 동시에 충족될 때만 형성된다”고 말합니다.

✅ 인지(perception): 정보를 감각적으로 인식하는 과정

✅ 집중(attention): 그 정보에 주의를 기울이는 능동적 작용

예를 들어, 우리가 차를 주차해놓고 나중에 어디에 뒀는지 기억이 안 나는 이유는, 그 순간 주차를 '인지'하긴 했지만, 집중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뇌는 그 장면을 시각적으로 받아들였지만, 의식적으로 '기억해야 한다'는 결정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장기 기억으로 전환되지 않았습니다. 이 원리는 독서에서도 정확히 똑같이 적용됩니다. 눈으로 책장을 넘기고 글자를 읽었다고 해서 반드시 그 내용이 기억에 남는 건 아닙니다. 특히 요즘처럼 모바일 환경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스크롤 독서, 즉 정보만 흘겨보는 방식에 익숙해져 있는데, 이는 인지는 되지만 집중이 결여되어 기억 형성이 일어나지 않는 대표적인 예입니다.

 

💡 참고로, 한 연구(Stanford Univ., 2010)에 따르면 문학 작품을 읽을 때 목적을 가지고 읽는 그룹이 단순 읽기 그룹보다 두뇌 활성도가 훨씬 높았고, 특히 해마와 전두엽 부위가 활발하게 작동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단순한 '읽기'와 '의도적 독서' 사이의 기억력 차이를 뚜렷하게 보여줍니다.

✍️ “요약은 최고의 기억 장치” — 읽은 내용을 머릿속에 붙잡는 기술

 

책을 덮자마자 모든 걸 까먹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습관은 ‘요약’입니다. 단, 책에 나와 있는 요점을 옮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언어로, 자신의 감정을 섞어 요약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이 부분은 내 회사 일과 비슷해서 공감됐다”는 문장은 강력한 기억의 단서가 됩니다. 또한 짧고 명확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뇌가 정보를 더 잘 재구성할 수 있습니다. 노션이나 메모 앱을 활용해, 주제별로 핵심 문장만 모아두는 방식도 추천드립니다.

 

🔁 “기억력은 반복력” — 뇌과학 기반 전략적 독서법

뉴욕대학교 신경과학자 웬디 스즈키(Wendy Suzuki) 교수는 『굿 브레인』(Good Anxiety) 등에서 기억을 오래 지속시키는 4가지 조건을 다음과 같이 정리합니다: 신선함(novelty), 반복(repetition), 연관성(association), 감정의 잔존(emotional residence). 이 네 가지는 모두 해마(hippocampus)와 편도체(amygdala)의 활성을 자극하는 인지적 요인으로, 기억을 뇌에 보다 선명하게 새기도록 돕습니다. 이 원칙들을 독서법에 적용하면 다음과 같은 다층적 독서 루틴을 설계할 수 있습니다:

 

환경 설정: 집중력을 침해하는 요소 차단
스마트폰 알림, SNS, 시끄러운 공간은 모두 집중을 방해하는 ‘인지적 노이즈’입니다. 주의가 분산되면 해마의 작용이 저해되어 기억 전환이 어려워지며, 결국 정보는 ‘스쳐 지나간 흔적’으로만 남습니다. 하루 20분만이라도 스마트폰을 멀리하고, 오롯이 독서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기억력 향상의 가장 실질적인 출발점입니다.

 

첫 번째 읽기: 정독 + 감정 이입
처음 읽을 때는 단순히 ‘정보 습득’이 아니라 ‘감정적 연결’을 시도해야 합니다. 이야기에 몰입하거나, 저자의 문장에 공감하거나, 삶의 경험과 맞닿는 순간을 포착하면 감정적 반응이 기억을 강화합니다. 이는 신경학적으로, 감정이 개입될 때 편도체가 해마를 활성화시켜 장기 기억으로 전환시키는 메커니즘 덕분입니다.

 

두 번째 읽기: 요약 + 연관 연결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읽는 것은 재부호화(re-encoding) 효과를 유도합니다. 이때 중요한 건 단순 반복이 아닌, ‘자신의 언어’로 바꿔서 요약하고, 기존 지식이나 삶과 연결하는 것입니다. 예컨대, 한 문단을 읽고 “이건 마치 내가 지난달에 겪었던 일과 비슷하네”라고 연결하는 순간, **의미 기반 기억(semantic memory)**이 만들어집니다.

 

세 번째 노출: 팟캐스트·유튜브로 다각도 재접근
같은 주제를 다룬 오디오 콘텐츠나 영상 강의를 반복적으로 접하면, 다른 표현과 맥락을 통해 복수의 단서(cues)가 생깁니다. 이는 이후 기억을 더 쉽게 꺼낼 수 있게 만들어주는 기억 강화 기법입니다. 동일 정보를 다양한 채널로 입력하는 것은 ‘분산된 학습(spaced learning)’으로도 알려져 있으며, 장기기억 정착에 매우 효과적입니다.

 

기억은 단순한 저장이 아니라 반복적 재사용(retrieval)과 연결을 통해 강화되는 살아 있는 과정입니다. 따라서 독서는 '읽고 끝내는' 행위가 아닌, 정제하고 꺼내보고 연결하는 순환 구조로 설계되어야 합니다. 오늘부터는 읽은 책 한 권을 최소 3번 이상, 다른 감각과 방식으로 재접근해보세요. 독서는 이제 기억의 도구이자, 당신만의 지적 자산을 구축하는 전략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