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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티 나는 클래스

좋은지 나쁜지 어떻게 아는가

by fitlifelab 2025. 6.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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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시화

류시화의 『좋은지 나쁜지 어떻게 아는가』라는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 그 단순하면서도 근본적인 질문에 멈춰 서게 되었다. 우리는 일상에서 수없이 많은 판단을 내리며 살아간다. 이것은 좋고 저것은 나쁘다는 식으로 세상을 이분법적으로 나누어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자연스러운 일인지 모른다. 하지만 정작 그 판단의 근거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러한 판단이 과연 옳은 것인지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보지 않는다. 류시화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그동안 당연하게 여겨왔던 가치 판단의 기준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제목 자체가 하나의 선문답 같은 느낌을 주며, 읽는 이로 하여금 자신의 내면 깊숙한 곳을 들여다보게 만든다. 이는 단순한 철학적 사유를 넘어서 우리 삶의 실질적인 문제와 직결되는 중요한 질문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책의 출발점은 동양의 고전 우화를 재해석한 ‘새끼 말을 얻은 노인’ 이야기다.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알 수 없다는 그 노인의 말은, 삶을 예측 가능한 구조로 보려는 우리 사고방식에 일침을 놓는다. 이 이야기는 책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의 상징이 된다. 우리는 습관적으로 “이건 좋은 일이야”, “이건 나쁜 일이야”라고 판단한다. 하지만 류시화는 인생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결국 ‘과정’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 일 자체가 어떤 결말로 이어질지, 시간이 흐른 뒤에야 비로소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책에는 다양한 인물의 일화와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어느 승려가 추방당하는 이야기, 길 잃은 여행자가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이야기 등은 모두 ‘나쁠 수 있는 일이 오히려 삶의 전환점이 되는’ 사례로 제시된다. 삶은 언제나 예상과 다르게 흘러간다는 걸 보여준다.

 

이 책은 독자에게 ‘판단 중지’라는 태도를 권유한다. 판단 중지는 무기력한 태도가 아니라, 그 상황의 의미를 유예하고 열린 가능성으로 바라보는 능동적 선택이다. 판단을 멈출 때, 우리는 고통에서 잠시 벗어나게 된다. 가장 인상 깊었던 문장은 “당신이 겪는 고통은 당신을 더 큰 삶으로 초대하는 문일지도 모른다”는 말이었다. 시련과 불행을 ‘통과의례’로 해석할 수 있다면, 우리의 고통은 곧 성장의 에너지가 될 수 있다.

 

이 책은 영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추상적인 위로나 도피로 빠지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가 직면한 사건들에 대해 ‘판단 이전의 시선’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이야기와 질문들을 던져준다. 철학과 명상이 일상 속으로 들어온 셈이다. 독자로서 나 역시, ‘이게 좋은 일이야?’라고 자문했던 순간들을 떠올렸다. 당시엔 실패라 여겼던 일이, 오히려 더 나은 기회로 이어진 경험이 많았다. 이 책은 그런 경험들에 대해 새로운 언어를 부여해주었다.《좋은지 나쁜지 어떻게 아는가》는 인생을 더 깊이 있게 바라보는 렌즈를 제공한다. 한 발 물러서서 바라보는 태도, 삶의 맥락을 기다리는 인내심이야말로 진짜 지혜일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한다. 이 책을 덮은 후, 나는 더 이상 쉽게 ‘좋다’, ‘나쁘다’고 말하지 않게 되었다. 불확실함 속에서도 삶은 여전히 흘러가고, 그 흐름을 믿고 기다리는 연습이 필요하다. 류시화는 그 연습을 위한 등불을 조용히 우리 손에 쥐어준다.

판단하지 않는 삶의 자유로움

우리는 습관적으로 모든 것을 좋고 나쁨으로 분류하며, 이러한 판단이 때로는 우리 자신을 옭아매는 족쇄가 된다. 판단하지 않는다는 것은 무관심하거나 무책임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고정된 틀에 갇혀 사물을 바라보지 않고 열린 마음으로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는 불교의 무분별지와 도교의 무위 사상과도 맥을 같이 한다. 판단을 멈출 때 비로소 우리는 진정한 자유를 경험할 수 있으며, 상황과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맑은 눈을 갖게 된다. 예를 들어, 비가 오는 날을 나쁜 날이라고 판단하는 대신 그냥 비가 오는 날로 받아들일 때, 우리는 비의 소리와 냄새, 그리고 비가 주는 특별한 정취를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이러한 태도는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타인을 성급하게 판단하지 않고 그 사람의 존재 자체를 인정할 때, 더 깊고 진실한 관계가 가능해진다. 결국 판단하지 않는 삶은 더 풍부하고 자유로운 삶을 가능하게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큰 변화는 나 자신을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였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고정관념과 편견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는지, 그리고 그러한 판단들이 얼마나 나를 제한하고 있었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특히 성공과 실패에 대한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과정 자체의 의미를 발견하게 된 것이 큰 수확이었다. 결과에만 집착하던 나에게 과정을 즐기고 현재 순간에 집중하는 것의 중요성을 일깨워주었다. 또한 타인을 판단하기보다는 이해하려고 노력하게 되었고, 나와 다른 의견이나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더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류시화가 강조하는 '모름'의 지혜 또한 큰 가르침이 되었다. 안다고 생각했던 많은 것들이 실제로는 추측이나 편견에 불과했음을 인정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배우려는 자세를 갖게 되었다. 이 책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서 삶의 태도와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힘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도 이 책의 가르침을 일상에서 실천하며, 좀 더 자유롭고 평화로운 마음으로 살아가고자 한다. 진정한 지혜란 아는 것이 아니라 사는 것이며, 이 책은 그러한 삶의 지혜를 몸소 보여주는 소중한 안내서가 되어주었다.

 

경쟁 사회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얼마나 많은 불필요한 고통을 스스로에게 가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남과 비교하고, 끊임없이 더 많은 것을 추구하며, 자신을 채찍질하는 현대인의 삶의 방식이 과연 행복으로 이어지는지에 대해 의문을 던진다. 대신 그는 소박하고 단순한 삶, 자족하며 감사할 줄 아는 삶의 가치를 제안한다. 이는 단순히 물질적 풍요를 포기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진정으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그것에 집중하는 삶을 살라는 것이다. 또한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에서 느림의 가치, 기다림의 지혜, 침묵의 힘 등을 강조한다. SNS와 각종 미디어로 인해 끊임없이 자극에 노출되는 현대인들에게 고요함과 성찰의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준다. 결국 외부의 기준이 아닌 자신만의 기준으로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자유이며 행복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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